AS 발 소음 돌격소총 조용히 적의 방탄복을 관통하는 스페츠나츠의 주력 소음 소총
AS 발 소음 돌격소총
개발의 역사
VSS 빈토 레즈 소음 저격소총은 소련군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간 9x18 mm탄을 사용하는 마카로프 PB나 스테츠 킨 APB 등의 소음권총은 조용하지만 화력이 부족했고, AK소총에 PBS-1 소음기를 부착한 모델들은 화력은 충분하되 소음 감소의 효과는 부족했다. 9x39 mm탄이라는 독특한 탄환이 가져다주는 살상력과 함께 소음기가 내장된 전용 소음 총기인 빈토 레즈의 성능이 결합되면서, 드디어 소련군은 실전에서 쓸만한 무성 무기를 확보하게 되었다.
VSS 빈토 레즈 소음 저격소총은 소련군이 오랜 기간 목말라하던 무성 무기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한편 빈토 레즈의 개발과정에서 실전에서 활용도가 높은 소음 소총을 단지 저격용 도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임무에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소음 저격소총 시제 모델을 바탕으로 돌격소총으로 만들기 위한 개발 작업이 시작되었다. 당연히 설계는 소음 저격총의 개발을 맡았던 세르듀코프와 크라시니코프가 담당했다. 초기 작업은 7.62x28mm의 RG037 아음속 탄환에 바탕했지만, 1985년 RG037탄의 폐기가 결정되고 9x39 mm탄이 채용되면서 개발방향을 더욱 명확해졌다.
소련군은 소음 소총에 적합한 탄환을 개발하기 위하여 꾸준한 연구를 지속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7.62x39mm 일반 소총탄, 7.62x28mm RG037 아음 속탄, 9x39mm SP5 보통탄, 9x39mm SP6 철갑탄, 9x39mm PAB9 철갑탄의 순서다.
9x39mm 탄환이 채용된 배경은 러시아군의 요구조건 변경이었다. 애초에 소음 저격소총에서 요구된 성능은 400m의 거리에서 헬멧을 관통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러나 소음 돌격소총까지 요구되자 이제 400m에서 몸통을 맞춰야만 했고, 이는 400m에서 6B2 방탄조끼를 관통할 능력이 요구된다는 뜻이었다. RG037 탄환으로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고, 그래서 결국 대안으로 개발 중이었던 9x39 mm탄이 채용된 것이었다.
VSS 빈토 레즈를 기반으로 소음 돌격소총으로 개발된 것이 AS 발이었다.
사실 중요한 설계상의 어려움은 빈토 레즈의 개발을 통해서 거의 모두 해결됐기 때문에 소음 돌격소총의 개발은 상대적으로 쉬웠다.
빈토 레즈의 개발이 완료된 것과 거의 동시에 개발이 완료되었고, 발주처인 KGB의 전통에 따라 '발(Вал)'이라는 별칭이 부여되었다. 그리하여 1989년 AS 발(АС Вал: Автомат Специальн, 특수 소총이라는 뜻, 통상 아스발로 읽음)은 소련군 특수부대의 주력 화기로서 채용되었고 GRAU 분류명 6P30을 부여받았다.
AS 발은 1980년대 말 소련군에 채용된 이후 현재까지 특수부대의 주력 소음 화기로 활약하고 있다.
AS 발의 채용은 소련군 내에 소음 돌격소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정착시킨 계기가 되었지만, 9x39mm 탄을 보편화시키는 계기도 되었다. 이에 따라 AS 발 이외에도 9A 91이나 AK-9, SR-3와 같은 9x39mm 구경의 기관단총이 러시아의 군과 경찰에 정착하게 되었다.
특징
AS 발은 롱스트로크 가스 피스톤 작동방식을 채용한 소음 돌격소총이다. 돌격소총이라고 분류했지만, 실제로는 최대 사거리가 400m 이하이기에 기관단총으로 분류할 수도 있으며, PDW로 분류할 수도 있다. AK소총의 구조를 활용했으며, 내부구조는 VSS 빈토 레즈와 동일하다. 따라서 6개의 러그를 갖춘 회전 노리쇠에 스트라이커 격발식이며, 이중 리코일 스프링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또한 총기의 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프레스 가공이 아닌 절삭가공으로 총몸을 만든 점 또한 VSS와 동일하다.
AS 발의 내부 단면도. 총열과 소음기가 일체형으로 만들어져 효율적으로 소음과 화염을 감소시킨다.
실제로 VSS 빈토 레즈와 AS 발은 부품의 70%가량을 공유한다. 총 몸, 총열, 노리쇠 뭉치 등 대부분의 부품이 공유되며 탄창도 당연히 호환된다. 조정 간도 빈토 레즈와 동일하게 우측이 안전장치이고 방아쇠 뒤쪽에 단-연발 조정 간이 장착되어 있다. 반면 눈에 띄는 차이점은 개머리판이다. VSS 빈토 레즈는 SVD 드라구노프 저격소총처럼 권총 손잡이와 일체형인 목재 고정식 스켈레톤 개머리판을 채용했지만, AS 발은 금속제의 접철식 개머리판을 채용했다.
AS 발(위) VSS 빈토 레즈(아래)는 사실상 같은 총으로 부품의 70%를 공유한다.
소음기도 VSS 빈토 레즈와 동일하다. 총열에 구멍이 뚫려 소음기로 배출가스와 발사음이 분산된다. 소음기 내부에는 소음 감소를 위한 일체형 베플이 내장된다. 효율적인 총기 일체형 소음기 덕분으로 발사 시 충격음은 130dB 수준으로 유지된다. 물론 가까이서 들을 경우에는 총소리임을 인식할 수 있지만 100m 이상의 먼 거리에서는 총격인지의 여부를 인식하기 어렵다. 이는 아음 속탄인 9x39mm 탄환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9x39 mm탄의 초기 대표 탄종인 SP5 보통탄과 SP6 철갑탄의 구성과 내부구조
9x39mm 탄환은 SP5와 SP6의 두 종류가 먼저 채택되었다. SP5(GRAU 분류명 7N8)는 러시아군이 주로 사용하는 강철 심의 보통탄으로 100m에서 2등급 방탄조끼나 6mm 강철판을 관통할 수 있다. SP6(GRAU 분류명 7N9)는 철갑탄으로 더욱 단단한 U12A 고탄소강으로 탄심이 교체되어 차량이나 경장갑차까지도 공격할 수 있다. SP6는 100m 거리에서 8mm 강철판을 관통하며, 300~400m의 거리에서 3등급 방탄조끼를 입은 적은 무력화할 수 있다.
9x39mm의 각종 탄환들. 왼쪽부터 SP5, SP6, PAB9, BP, SPP의 순서이다.
한편 9x39mm 탄환이 보급되면서 탄환의 종류도 다양해졌는데, SP5와 SP6의 가격이 높아 이를 대체하기 위한 탄종들이 등장했다. 우선 SP5를 대체하기 위한 탄종으로 툴라 탄약공장에서는 2002년에 SPP(СПП; Снайпер повышенная пенетрация, 관통 증강 저격탄)를 개발하였다. SPP는 철제 표피에 인산염을 도포했으며, 탄자가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위력은 SP5보다 다소 떨어져 100m에서 5mm 강철판을 관통한다.
9x39 mm탄의 탄자 형상 들이다. 왼쪽부터 보통탄인 SP5, SPP, 철갑탄인 SP6, PAB9, BP, BP(2006판), BP(2008년판)이다.
SP6를 대체하는 탄종으로는 PAB9이 개발되었다. PAB9은 비용 절감을 위해 탄심을 절삭 가공하는 대신 찍어내었으며, 탄환의 무게가 다소 무거워졌으며 길이도 약간 길어졌다. PAB9은 SP6보다 좀 더 뛰어난 운동성을 발휘하는데, 장약이 과다하여 총기 수명을 약 3천 발 정도 일찍 단축시켜 2011년 이후 VSS나 AS에서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한편 SP6를 대체하는 신형 탄종으로 BP(GRAU 분류명 7 N12)가 있다. BP(ВР: Бронебойная Пулья, 관통탄)는 관통력이 10% 증가하고 정밀도는 25% 증가하여 러시아군의 표준 탄약으로 채용되었다.
AS 발은 특수부대의 무장으로써 종종 PSO-1 등의 조준 장비와 결합되어 사용된다.
조준 기구는 가늠자가 25m에서 최대 사거리인 400m까지 표시된다. 독특하게도 가늠쇠와 가늠자가 모두 소음기 위쪽에 위치한다. 조준장치는 도브테일 마운트로 장착될 수 있으며, VSS 빈토 레즈만큼이나 다양하지는 않지만 통상 PSO-1M 주간 조준경이나 1-PN-51 야간 조준경(최대 300m까지 표시)을 장착한다. 그러나 실제로 최적의 교전 거리는 200m까지이며, 꽤나 정확한 사격이 가능하여 운용자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야전 분해된 AS 발의 부품 어셈블리들의 모습
AS 발은 통상 소음기, 총열과 개머리판을 포함하는 총 몸, 탄창의 3 부분으로 분리하여 브리프케이스 등에 수납하고 이동할 수 있다. VSS 빈토 레즈와는 달리 개머리판의 분리가 간단하지 않지만, 개머리판이 접철식이므로 이동을 위한 수납에는 방해가 되지 않는다. 분해된 총기의 결합은 운용자의 숙련도에 따라 통상 30~60초 정도면 충분하다. 탄창으로는 통상 20발 들이를 사용하며, 빈토 레즈에서 사용하는 10발들이 탄창도 물론 원하면 사용할 수 있다.
VSS 빈토 레즈
러시아 특수부대가 자랑하는 조용한 암살무기
VSS 빈토 레즈 소음 저격소총
개발의 역사
소련군에서 채용한 최초의 실용적 소음 무기는 1930년대 미틴 형제(Иван Григорьевич & Василий Григорьевич Митин)가 개발한 '브라잇(БраМит)' 소음기였다.
브라잇 소음기는 2개의 감압실로 구성되었으며, 고무패킹으로 기밀성을 유지했는데, 성능은 상당히 준수한 편이었다. 브라잇 소음기는 기존의 총기에 결합하여 소음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 나강 리볼버는 물론이고 모신나강 소총에까지도 장착할 수 있었다.
'브라밋' 소음기는 일선 전장에서부터 적 후방의 파르티잔 활동에서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었다. <출처: warspot.ru>
1970년대까지만 해도 소련군의 소화기는 제식 소총과 유탄발사기가 위주였고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지 못했다. 소음 무기도 역시 제식의 소총이나 권총에 소음기를 추가하고 특수 탄약을 장착하는 정도에서 만족해야만 했다. 소총에서는 AKM이나 AK-74에 PBS-1 소음기를 장착하거나, 마카로프 PB나 스테츠 킨 APB 등이 활용되었다. 하지만 이런 무기들은 사거리나 제압 능력, 소음 감소 등 그 어느 성능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소련군의 소음 무기는 AKS-74U 소음형이나 스테츠 킨 APB 정도로 제한되었다.
냉전시절 특수 정찰과 비밀임무 등 특수작전을 주도하던 것은 KGB(КГБ, Комите́т Госуда́рственной Безопа́сности; 국가보안위원회)와 GRU(ГРУ, Главное Разведывательное Управление; 정보 총국)였다. 상황을 보다 못한 KGB와 GRU는 비밀임무에 특화된 소총을 별도로 개발할 것을 결정했다. 그러나 총기의 개발에 앞서 탄환부터 문제였다. 아음속으로 소음을 줄이면서도 방탄조끼를 관통하여 적을 살상하는 충분한 파괴력을 가진 탄환은 소련군에는 아직 없었다.
토치마쉬 연구소는 SPP-1이나 APS 등 특수 화기를 개발하는데 특화되어 있어 새로운 소음 소총의 개발을 맡게 되었다.
따라서 신형 탄환의 개발부터가 시작점이었다. 이는 중앙정밀기계공학연구소(ЦНИИточмаш; 영문표기 TsNIITochmash; 現 KB 토치마쉬)의 몫이었다. 토 치마 쉬는 1944년 병기 인민위원회(наркомом вооружения)의 명령으로 1944년 5월 '소화기 및 항공기관포 과학연구소'라는 명칭으로 창설되었다. 토 치마 쉬는 특수 탄약과 소화기 등에 특화된 개발을 수행해왔으며, 특히 1960~70년대에 SPP-1이나 APS(АПС, Автомат Подводный Специальный, 특수 수중 돌격소총)와 같은 수중발사 총기 등을 만들면서 독특한 역량을 과시한 바 있다.
차기 소음 총기의 탄환으로 5.45x39 mm탄의 탄피와 7.62x39 mm탄의 탄자가 결합된 RG037이 개발되었지만, 소요군에서 원하는 관통력과 소음 감소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개발 초기부터 토 치마 쉬는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임무의 특성이 다르고 개성이 강한 각각의 특수부대들이 제기했던 서로 다른 요구들을 통합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었다. 특히 소음 감소와 관통력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지극히 어려웠다. 개발을 맡은 자벨린(Н. В. Забелин)과 드보랴닌노바(Л. С.Дворянинова)는 AK-74의 탄환인 5.45x39mm의 탄피에 7.62x39mm의 탄자를 결합한 RG037탄을 개발했지만, 당대에 새롭게 도입되던 서구의 방탄복을 무력화시키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그러나 토 치마 쉬는 RG037의 개발을 1985년까지 계속했다.
결국 탄자의 구경을 9mm로 키우고 탄피를 7.62x39mm의 것으로 바꾼 9x39 mm탄이 차기 소음 소총탄으로 채용되었다.
한편 쟈 벨린-드보랴닌노바는 RG037의 대안으로 7.62x39mm의 탄환 규격을 바탕으로 9mm 직경의 탄자를 결합한 탄환을 개발했다. 그리하여 새로운 탄종은 9x39 mm탄으로 정해졌으며 보통탄은 SP5로 명명되었다. 한편 프롤로프(Ю. С. Фролов)와 코르 닐로바(Е. С. Корнилова)의 설계로 강철 탄심을 내장한 철갑탄인 SP6도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400m의 거리에서도 레벨 2/3의 방탄복이나 헬멧을 관통할 수 있으며, 4mm 강철탄을 관통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소프트 스킨 차량에 대한 공격도 가능해졌다.
VSS 빈토 레즈 격 소총의 초기 프로토타입인 RG036 소총
이렇게 탄종이 정해지는 사이에 총기의 개발도 거의 동시에 진행되었다. 우선 먼저 개발이 진행된 것은 RG036 소음 저격소총으로, 크라시니코프(В. Ф. Красников)의 주도하에 개발이 시작되었다. 당시에 최초로 개발된 7.62mm 구경의 RG037탄이 기반이 되었으며,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작동방식은 AK소총의 가스 피스톤 방식을 개량한 것으로 소음기로 확장되는 가스압을 이용하도록 하였으나 다양한 작동 환경에서 신뢰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하여 두 번째 시제 소총이 1981년 말 개발되었는데, 역시 RG037탄을 바탕으로 했다. 다만 작동방식을 원래 AK 소총의 것을 활용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신뢰성을 높였다. 이 소음 저격소총은 추후에 VSS(ВСС, Винтовка Снайперская Специальная, 특수 저격소총의 의미) '빈토 레즈(Винторез)'로 명명되었다.
VSS 빈토 레즈는 9x39mm SP6 철갑탄과 결합하면 최대 400m 거리의 표적을 제압할 수 있었다. <출처: deviantart.net>
한편 토치마쉬의 노련한 설계자인 세르듀코프(П. Сердюков)가 참가하면서 총기의 신뢰성이 더욱 강조되었다. 게다가 애초에 소음 저격소총만을 생산하려고 했지만 특수부대에서 제식 무장으로 요구함에 따라 1983년경부터 소음 돌격소총까지 개발이 가속화되었다. 새로운 소음 돌격소총은 AS(АС, Автомат Специальн, 특수 소총이라는 뜻) '발(Вал)'로 명명되었다. 빈토 레즈와 발이라는 코드명이 붙은 것은 KGB가 특수 총기에 В자(영문 알파벳의 V에 해당)로 시작되는 이름을 붙여온 전통에 따른 것이었다.
VSS 빈토 레즈는 1987년 개발이 완료되어 시험평가를 위하여 육군으로 인도되었다. <출처: Vitaly V. Kuzmin>
1985년에서야 총기와 탄약의 요구 조건이 완벽히 정해졌다. 우선 탄환은 RG037에서 9x39 mm탄으로 변경되었다. 이에 따라 AS 발과 VSS 빈토 레즈도 총기의 형태를 완성해나갔다. 그리하여 1987년 AS 발과 VSS 빈토 레즈가 모두 완성되었고, 시제 양산 총기들이 시험평가를 위해 육군으로 이전되었다. 이후 시험평가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인 두 총기들은 모두 소련군의 특수부대들에 의해 채용되었다.
VSS 빈토 레즈는 1980년대 말 채용된 이래 러시아 특수부대의 상징과도 같은 총기가 되었으며, 현재는 개량형인 VSSM도 등장했다. <출처: Общественное достояние>
특징
VSS 빈토 레즈는 기본적으로 같은 구조이며, AK-47 계열 소총의 롱스트로크 가스 피스톤 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차이점이라면 AK-47 소총은 가스 피스톤을 밀어내는 부분이 거의 소염기와 가깝게 맨 앞쪽에 있는데 반하여, 빈토 레즈는 거대한 소음기에 비하여 총열이 짧아 가스 피스톤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다. AK와 마찬가지로 회전식 노리쇠를 채용하였는데, 6개의 러그로 약실을 폐쇄하고 개방한다. 격발 방식은 독특하게도 스트라이커 방식을 채용했다.
VSS 빈토 레즈의 내부구조 <출처: Общественное достояние>
한 가지 독특한 것은 VSS 빈토 레즈는 절삭가공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기존의 AK 소총들은 양산의 편의성과 비용절감을 위하여 프레스 가공으로 만들어졌지만, 빈토 레즈는 특수부대용 특수 총기로서 높은 신뢰성을 요구했고 제식 소총만큼 대량으로 생산할 일도 없었으므로 절삭가공이 채택되었다. 내부구조도 AK와 유사하면서도 독특한데, AK처럼 리코일 스프링이 총 몸 상부 덮개를 동시에 고정시키는 구조이지만, 그 수직으로 아래쪽에 리코일 스프링을 하나 더 장착하였다. 또한 소음기로 인해 발생하는 탄 매가 사수의 눈에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해 총 몸 상부 덮개와의 결합부에는 고무링이 장착되었다.
VSS 빈토 레즈의 이중 리코일 스프링과 밀폐용 고무링 <출처 : 필자 / Naver 무기 백과사전>
AK와의 또 다른 차이점은 단연 발 조정 간에 있다. AK 소총은 총몸의 오른쪽에 조정 간이 장착되어, 맨 위로부터 '안전-연발-단발'로 조작된다. 빈토 레즈도 AK 소총처럼 총 몸 오른쪽에 레버가 달려있지만, 이는 '안전-사격'만을 조절한다. 단발과 연발을 선택하는 조종간은 방아쇠 울 안쪽에 방아쇠와 권총 손잡이 사이에 장착되어 있다. 조정간 레버를 안쪽으로 당기면 단발이고 바깥쪽으로 밀어내면 연발로 발사되므로, 사격 중에도 비교적 간단히 단-연발을 선택할 수 있다.
VSS 빈토 레즈의 노리쇠 구조(우)와 안전 및 단연 발 조정간(좌) <출처 : 필자 / Naver 무기 백과사전>
빈토 레즈의 최대의 특징은 역시 소음기를 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총열의 길이는 200mm (7.9인치)로 짧은 편이며, 총열에는 54개의 구멍이 뚫려있어 소음기로 가스를 방출시키도록 되어 있다. 소음기는 거의 40cm에 가까운 기다란 길이로, 약 1/3 정도가 총열과 결합되는 내장형이며, 음향 감소를 위해 일체형 베플을 장착하여 가스와 소음을 감소시킨다. 제작사는 소음기의 성능을 1,500발까지 성능을 보장하는데, 사용자의 관리에 따라서는 사격장에서 5천 발까지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PC9 기관단총
미 육군이 2차 대전 이후 처음 도입한 기관단총
미 육군이 채용한 APC9 K PRO 기관단총
개발의 역사
브뤼거 & 토맷(Brügger & Thomet AG, 이하 B&T)는 스위스 기반의 회사로 창립한 지 불과 30년밖에 되지 않은 회사이다. 카를 브뤼거(Karl Brügger)와 하인리히 토맷(Heinrich Thomet)은 스위스 국내 경찰 시장에 소음기를 판매하기 위해 1991년 공동으로 B&T를 창업했다. B&T는 HK 등 유럽의 총기에 특화된 소음기를 만들어 인기를 끌었으며, 꼼꼼한 제조능력과 고객의 요구에 따른 제품 개발로 소음기뿐만 아니라 에임 포인트 등 조준경을 위한 다양한 마운트를 만들며 유럽시장에서 점차 커져나갔다.
B&T는 최초에 소음기 제작을 위한 회사로 출발하여 점차 총기 제작사로 발전하였다.
특히 1990년대는 냉전 종식 이후 테러의 증가 등 복잡한 국제안보와 국내 치안 상황에 대응하기 위하여 각국의 군과 경찰이 기존의 총기를 개조하거나 강화해 나가고 있던 시기였다.
B&T는 업체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유럽 각국의 군과 경찰 고객들을 만족시켜 나가면서, 에임 포인트나 슈어파이어 등의 총기부가 장비들의 판매까지 담당했다. 특히 MP5와 같은 기존의 총기들은 피카티니 레일과 같은 결합 시스템이 없었기에 B&T가 개발한 마운트와 결합해야만 의미가 있었고, B&T의 명성은 높아졌다. 이미 1996년에 이르러서는 HK, FN, SIG. 글록, 베레타 등의 제품에서 B&T 소음기를 사용하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다.
B&T는 카를 브뤼거(사진 속 인물)와 하인리히 포맷에 의해 창립되었으나, 추후 포맷이 자신의 지분을 모두 매도하여 브뤼거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소음기나 총기 마운트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총기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HK는 이미 B&T에게 MP5 기관단총의 제작을 하청으로 맡기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B&T는 1996년에는 MP5를 BT96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도 했었다. 이런 와중에 B&T는 1997년 AG(Aktiengesellschaft,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사세를 확장했다. 한편 MP5의 외주생산이 끝나자 B&T는 2001년 슈타이어(Steyr Mannlicher AG)사로부터 TMP(Taktische Maschinenpistole) 기관단총의 라이선스를 사들였다. 그리고 약 30여 군데의 설계변경 이후에 2004년 이를 B&T MP9으로 발매하기 시작했다.
MP9 기관단총으로 무장하고 버스인질구출작전에 돌입한 육군 707 특수임무단 대원의 모습 <출처: 대한민국 육군>
이후 B&T는 총기제조사로서 다양한 총기를 개발하였다. 2006년에는 APR(Advanced Precision Rifle) 저격소총과 GL06 저 살상 발사기(Less Lethal Launcher)를 선보였으며, 2008년에는 SPR300 정밀 저격소총을 선보였다. GL06은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으며, MP9도 나름 선전했지만, APR이나 SPR300 등은 커다란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자 B&T는 좀 더 과감한 도전을 시작했다.
B&T는 본격적인 모듈러 소화기 체계인 APC를 2011년 선보였다.
2011년 B&T는 APC(Advanced Police Carbine, 첨단 경찰용 카빈)라는 신개념의 총기를 개발했다. APC는 단순히 하나의 총기가 아니라 제식 소총, 지정사 수소 총, 카빈, 기관단총 등 모든 종류의 소화기를 조합할 수 있는 모듈러 소화기 체계로서 개발되었다. 즉 하나의 총기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다양한 총열과 탄종을 결합함으로써 원하는 구경의 탄환은 어떤 것이든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발상이었다. 탄종도 권총탄인 9x19mm,. 40S&W, 10mm는 물론이고, 소총탄으로는 5.56x45mm이나 그 민수용인. 223탄, 또는 7.62x51mm NATO탄과 그 민수용인. 308 Win, 그리고. 300 BlK까지 다양한 탄종을 모두 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APC9 기관단총의 설계 스케치
문제는 이미 모듈러 소총 시장은 포화상태라는 점이었다. 특히 그 트렌드를 이끌던 HK는 G36 계열의 총기로 유럽시장에서 선두에 나섰고, FN은 SCAR를 수많은 특수부대에 판매하면서 독특한 영역을 지키고 있었다. 비록 제조기술은 우수하지만 중소기업에 불과한 B&T의 제품을 제식 화기로 당장 채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기관단총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MP5 기관단총 이후 MP7이나 P90 등 PDW가 강세였고, 전 세계 군경 시장을 장악할 만한 기관단총은 등장하지 않았다.
B&T는 이미 포화된 총기시장에서 후발주자이자 중소기업으로 어려운 처지였으나 점차 신뢰를 얻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B&T의 APC 계열 가운데 특히 APC9 기관단총은 나름의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대테러부대인 EKO(Einsatzkommando, '특수작전 특공대'라는 뜻) 코브라(Cobra)가 낡디 낡은 슈타이어 AUG 기관단총을 대신하여 APC9 기관단총을 도입하면서 그 유용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특수부대들이 APC9 기관단총을 채용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한편 2019년 미 육군 헌병의 경호팀에서 APC9 K Pro를 채용하면서 APC9은 주목받는 총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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