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단백질 구조를 수 분만에 예측하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20일 자 표지로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의대 교수와 백민경 박사후연구원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로제타폴드(RoseTTAFold)'가 단백질의 3차 구조를 예측하는 모습을 일러스트로 상상했다.
나란히 서 있는 화살표와 구불구불한 사슬은 단백질의 2차 구조를 나타낸다. 이 2차 구조들이 이온 결합이나 공유결합, 소수성 결합, 이황화 결합 등으로 이어지거나 이온끼리 반발 작용을 일으키면서 3차 구조를 이룬다. 사이언스 제공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20일 자 표지로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의대 교수와 백민경 박사후연구원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로제타폴드'가 단백질의 3차 구조를 예측하는 모습을 일러스트로 상상했다. 그림 안쪽에 나란히 서 있는 화살표(베타 병풍 구조)와 구불구불한 사슬(알파-나선구조)은 단백질의 2차 구조를 나타낸다.
이 2차 구조들이 이온결합이나 공유결합, 소수성 결합, 이황화 결합 등으로 이어지거나 이온끼리 반발 작용을 일으키면서 3차 구조를 이룬다.
머리카락의 성분이 달라지지 않아도 환원제와 산화제를 바르면 머리가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고정된다. 머리카락을 이루는 단백질끼리 결합을 끊고 원하는 모양으로 말은 뒤 다시 새로운 결합으로 고정했기 때문이다. 단백질은 구조에 따라 생김새와 성질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
미국 생화학자 크리스찬 앤 핀슨은 이미 1972년에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단백질의 비밀을 다 밝혀낸 것은 아니었다.
최근 이 분야에 혁명이 일어났다. 2018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알파폴드 1'이 그해 '단백질 구조 예측 학술대회(CASP)'에 등장하면서부터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2020 CASP에는 알파폴드 2가 출전해 단백질 36만 5000여 개를 정확히 예측하고 역대 최고 기록인 92.4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알파폴드는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데 단 몇 분이 걸리며, 분자 수준까지 정확하게 맞힌다. 하지만 당시에는 코드와 논문을 공개하지 않아 학계에서 비판을 받았다.
똑같은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단백질이라도 2차 구조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돼 3차원을 이루는지, 3차 구조들끼리는 어떻게 얽혀 있는지에 따라 모양과 성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백질의 구조를 알면 동식물 체내에서의 생리작용을 이해할 수 있고, 단백질 이상으로 생기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난치성 질환의 원인을 찾거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일은 쉽지 않다. X선 결정학이나 극저온 전자현미경 등을 이용하는데 계산이 복잡하고 시간도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린다. 지금까지 알려진 단백질 가운데 사람이 구조까지 밝혀낸 것은 약 1% 정도였다.
사이언스가 소개한 베이커 교수팀의 로제타폴드는 자기들만의 노하우로 알파폴드를 재현해보자는 생각에 시작했다가 이뤄낸 성과다.로제타폴드는 단백질을 보면 먼저 단백질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이와 비슷한 아미노산 서열을 찾는다. 동시에 아미노산들이 어떻게 연결될지를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어떤 입체 구조를 띠고 있을지 예측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고 압축하면서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학계에서는 정확도는 알파폴드가 앞서지만 단백질 간의 결합 형태와 특징을 분석하는 수준은 로제타폴드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아미노산 서열만 보고도 단백질의 입체 구조와 단백질끼리의 결합 구조를 거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체내에서는 단백질이 다른 단백질과 결합해야 효소나 항체, 신호물질처럼 실제 생리 기능을 하기 때문에 그 결합 형태를 알아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베이커 교수팀은 딥마인드와 달리 로제타폴드의 소스코드를 코드 공유 플랫폼 '깃허브'에 공개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연구팀 140여 곳에서 이를 내려받아 활용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AI를 이용해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쉽게 단백질 구조를 분석할 수 있게 된 만큼, 이를 활용해 체내 단백질의 비밀을 밝혀내거나, 단백질을 이용한 신약을 연구 개발하는 일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감자 많이 먹으면 지구가 건강해진다
난징대가 주축이 된 중국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오늘날 중국의 주식 구성에서 감자의 비율을 꾸준히 높인다면 경작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과 물 사용 등 환경에 미치는 전반적인 부정적 영향을 17~25%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오늘날 쌀이나 밀 위주의 주식에 감자의 비율을 높이면 사람의 건강뿐 아니라 지구의 건강에도 좋다는 내용이다.
우리 조상들은 흉년이 들면 감자나 고구마를 먹으며 살아남았다. 그런데 최근 환경을 위해 주식에서 감자나 고구마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며 구황작물에서 친환경 작물로 재인식되고 있다. 강석기 제공
말복 언저리였던 날 차를 타고 가다 무심코 한 건물에 있는 식당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복날이면 서울에서도 먹으러 온다던 유명한 ‘ㅇㅇ보신탕’이 있던 건물인데 지금은 다른 이름이 걸려있다. 식당이 바뀐 건 아니고 수년 전 이름을 바꾼 것이다. 식당 이름에 ‘보신탕’이 있으면 오히려 역효과인가 보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한 프랑스 배우가 “한국인은 개를 잡아먹는 야만인들”이라고 말하자 국내 여론은 ‘다른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무례’라며 분노했고 그 뒤로도 복날이면 여전히 보신탕집이 문전성시였다. 그러나 개가 반려동물로서 ‘가족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지금은 복날에도 “보신탕 먹으러 가자”라고 말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다. 인식이 바뀌면 행동도 바뀌는가 보다.
최근 연예인급 지명도가 있는 몇몇 대기업 총수들이 대체육 사업에 뛰어들었거나 그럴 계획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머지않아 보신탕 정도는 아니지만 육류 소비도 꽤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고기를 덜 먹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 주변에 다양하고 맛 좋은 대체육 식품이 있다면 구매 행동이 바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주식(staple food)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한 논문이 학술지 ‘네이처 음식’에 실렸다. 오늘날 쌀이나 밀 위주의 주식에 감자의 비율을 높이면 사람의 건강뿐 아니라 지구의 건강에도 좋다는 내용이다. 물론 친환경 효과는 육식을 채식으로 대체하는 것보다 작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크다.
난징대가 주축이 된 중국 공동연구팀의 결과로 오늘날 중국의 주식 구성에서 감자의 비율을 꾸준히 높인다면 경작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과 물 사용 등 환경에 미치는 전반적인 부정적 영향을 17~25%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 고구마는 좋고 감자는 나쁘다?
중국 지역에 따른 4대 작물의 환경 영향을 보여주는 지도다. 같은 칼로리를 얻을 때 경작지 면적, 이산화탄소 배출량, 물 사용량을 나타낸다(위에서 아래로). 경작지 면적은 쌀이 가장 덜 필요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물 사용량은 감자가 가장 적다. 다만 지역 편차가 크다. ‘네이처 음식’ 제공
현대인들은 감자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더 큰 것 같다. 감자가 비만과 당뇨,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을 높이므로 섭취를 자제하라는 의학계의 권고와 이를 재생산한 언론의 영향이 클 것이다. 그 여파 때문인지 서구사회는 지난 수십 년 사이 감자 소비량이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왜곡된 측면이 있다.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와 콜라 같은 탄산음료와 함께 한 기름에 튀긴 감자인 프렌치프라이에 대한 비난이 감자라는 작물로 일반화된 것이다.
반면 고구마는 감자와 여러모로 비슷한 작물임에도 감자와는 반대로 살이 빠지는 음식으로 인식돼 다이어트를 한다며 밥이나 면 대신 고구마 한두 개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실 감자도 이런 식으로 먹으면 살을 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00g 기준 감자의 식이섬유 함량은 2.2g으로 고구마(3g)에 못지않고 열량도 77칼로리로 고구마(86칼로리) 보다 오히려 적다. 만일 고구마 맛탕이 햄버거와 콜라 파트너였다면 고구마가 비만 유발 음식으로 낙인찍히지 않았을까.
실제 감자는 올바른 조리법으로 적당량을 먹으면 몸에 좋은 음식이다. 녹말 덩어리라 속이 든든하고 식이섬유도 많아 장이 편하다. 또 칼륨과 비타민C 등 각종 미량 영양소도 풍부하다. 게다가 감자 재배는 벼나 밀에 비해 까다롭지 않아 다양한 기후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과거 흉년이 들면 우리 조상들은 감자와 메밀, 고구마 같은 구황작물을 먹으며 살아남았다.
오늘날 한국에서 감자는 된장찌개나 카레 같은 요리에 넣는 채소로 쓰일 뿐 밥을 대신해 주식으로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지구촌의 연간 감자 생산량은 3억 6800만 t으로 옥수수와 밀, 쌀에 이어서 네 번째다. 옥수수는 주로 사료나 가공식품의 원료로 쓰이므로 사실상 3위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지구촌 13억 인구가 감자를 주식으로 삶고 있다.
식물 유래 코로나19 백신이 온다
식물을 재배해 의약품을 수확하는 일을 ‘분자농업’이라고 부른다. 현재 식물유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1999년 설립한 캐나다의 바이오테크 회사 메디카고로 거대 제약사 GSK가 파트너이다.
호주가 원산인 담배속 식물(학명 Nicotiana benthamiana)은 식물유래 백신을 만드는 미니 공장으로 적합하다. 아그로박테리움에 쉽게 감염되고 성장이 빨라 단기간에 잎에서 단백질을 많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 제공
지난해 연말 글로 다룬 메신저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을 드디어 맞았다. 부작용이 약간 걱정되기도 하지만 50대에서는 위험보다 혜택이 훨씬 크다는 역학(통계) 연구를 믿고 몸을 맡겼다. 인류에게 코로나19 팬데믹은 대재앙이지만 이를 계기로 mRNA 의약품이 무대에 등장할 기회를 얻었고 앞으로 나올 이 계열의 의약품이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 걸 생각하면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런데 최근 또 다른 계열의 코로나19 백신이 임상 3상에 들어갔고 잘하면 올해 안에 출시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식물이 백신 성분을 만드는 '식물유래 백신이다.
식물을 재배해 코로나19 백신 같은 의약품을 수확하는 일을 ‘분자농업’이라고 부른다. 아직 분자농업으로 생산된 약물이 나온 게 없으므로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된다면 식물유래 백신뿐 아니라 분자농업 의약품으로도 최초가 되는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덕을 보는 두 번째 행운아가 될 수도 있는 식물유래 백신에 대해 알아보자.
토양세균인 아그로박테리움 투메파시엔스(Agrobacterium tumefaciens)는 식물에 감염해 종양(뿌리혹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지닌 DNA 조각(T-DNA)을 식물 세포에 주입하는 병원체다. 이 메커니즘을 이용해 종양 유발 유전자를 없애고 대신 원하는 유전자를 넣은 DNA 조각을 식물 세포(plant cell)에 주입해 전사 및 번역 과정을 통해 단백질(protein)을 만드는 기술이 개발돼 널리 쓰이고 있다. 식물유래 백신도 이렇게 얻는다.
○ 식물 감염하는 세균 이용
그런데 생각해보면 분자농업이 새로운 분야는 아닌 것 같다. 먹을거리가 아니라 약물(분자)을 얻으려고 식물을 키우는 게 분자농업이라면 진통제 모르핀을 얻기 위해 양귀비를 키우는 것도 분자농업 아닐까.
최종 수확물이 특정 분자일지라도 원래 작물이 만드는 생체물질이라면 분자농업에 포함하지 않는다. 분자농업은 원하는 단백질 약물의 유전자를 집어넣은 식물을 재배하는 과정이다. 개별 식물체가 외부 단백질을 만드는 일회용 배양기 역할을 하는 셈이다. 분자농업이라는 용어는 한 세대 전인 1986년 만들어졌고 그 뒤 백신이나 단일클론항체 등 여러 단백질 의약품을 분자농업으로 만드는 연구가 진행됐지만 아직까지 상용화된 건 없다. 이미 다양한 의약품 생산 시스템이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대량 생산 설비 구축에 들어가는 투자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막강한 상대가 등장하면서 의약계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조금이라도 나은 점이 있으면 현장에 적용한다는 ‘열린 마음’을 갖게 됐다. 덕분에 수십 년째 지지부진하던 mRNA 백신도 빛을 보게 됐고 분자농업으로 만드는 식물유래 백신 역시 전망이 밝다.
미생물이나 동물세포를 대상으로도 비슷한 조작을 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더 걸리고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배양기에서 세포를 키워야 한다. 반면 분자농업에서는 아그로박테리움과 접촉해 외부 DNA를 받은 식물체를 온실에서 며칠 키운 뒤 수확해 단백질을 추출하면 되니 훨씬 간단하다.
분자농업에는 여러 식물을 쓸 수 있지만 백신의 경우 호주가 원산인 담배 속 식물(학명 Nicotiana benthamiana)을 선호한다. 잎으로 담배를 만드는 작물인 담배와 가까운 친척으로 성장이 빠르고 아그로박테리움에 쉽게 감염돼 넓적한 잎에서 외부 단백질이 많이 만들어진다.
분자농업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시간 내에 의약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보면 먼저 단백질 약물 유전자를 담은 DNA 조각을 만들어 아그로박테리움이라는 세균에 넣는다. 배양한 세균이 희석된 물에 식물체를 담그면 세균이 잎에 감염하면서 식물 세포 안으로 DNA 조각을 주입한다. DNA 조각은 식물의 핵으로 이동해 유전자를 발현시키고 식물의 리보솜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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